『숫타니파타』 「뱀의 경」: 팔리어 원문과 번역 교정본
『숫타니파타』 「뱀의 경」
팔리어 원문과 번역 교정본
『숫타니파타』 첫 번째 품의 첫 경인 「우라가 숫타(Uragasutta)」는 분노·탐착·갈애·자만 등 마음을 묶는 여러 조건을 하나씩 제시하고, 매번 같은 후렴으로 마무리한다. 뱀이 낡은 허물을 벗듯 수행자도 붙잡고 있던 것을 벗어버린다는 비유다.
아래 글은 팔리어 본문을 기준으로 어휘와 번역을 다시 정리한 교정본이다. 팔리어는 합성어와 연음(sandhi)이 많아서 모든 단어를 한국어 단어 하나에 기계적으로 대응시킬 수 없다. 따라서 어휘 풀이는 문법적 형태와 문맥을 고려한 안내이며, 번역은 직역과 읽기 쉬운 한국어 사이에서 균형을 잡았다.
본문 기준: SuttaCentral에 게시된 팔리어 본문을 기본으로 삼고, Ancient Buddhist Texts의 본문·판본 주석 및 타닛사로 비구의 번역을 교차 확인했다. 판본에 따라 일부 철자와 형태가 다를 수 있다.
먼저 바로잡을 점
- 이 경은 통상 17개 게송으로 수록된다.
- 8~13번은 첫 행인
Yo nāccasārī na paccasārī를 반복하지만, 둘째 행이 각각 다르다. 그중 9번의sabbaṃ vitathamidanti ñatvā loke를 빠뜨리면 이후 게송의 번호와 의미가 모두 어긋난다. - 2~4번의 핵심 표현은
as esaṃ이나asamam이 아니라asesaṃ이다. 뜻은 ‘남김없이, 완전히’에 가깝다. - 16번과 17번에 다섯 가지 장애를 버리는 게송을 중복해 넣을 근거는 확인한 본문에서 찾을 수 없다. 해당 게송은 17번 한 번이다.
nāccasārī na paccasārī를 ‘조급함과 무기력’으로 번역하는 것은 해설적 적용일 수 있지만, 그 두 한국어 단어가 팔리어의 직접적인 사전적 의미인 것은 아니다.orapāraṃ은 글자 그대로 ‘이쪽 언덕과 저쪽 언덕’이다. 이를 윤회와 열반, 이 세상과 저 세상 등 어떤 개념에 대응시킬지는 해석의 문제이므로 한 가지 뜻으로 단정하지 않는다.
반복되는 후렴
17개 게송에는 다음 후렴이 반복된다.
So bhikkhu jahāti orapāraṃ,
Urago jiṇṇamivattacaṃ purāṇaṃ.
so— 그 사람은, 그런 이는bhikkhu— 비구, 출가 수행자jahāti— 버린다, 놓아버린다ora-pāraṃ— 이쪽 언덕과 저쪽 언덕을, 가까운 쪽과 먼 쪽을urago— 뱀, 큰 뱀 또는 뱀 일반을 가리키는 시어jiṇṇaṃ— 낡은, 해진iva— 마치 …처럼tacaṃ purāṇaṃ— 오래된 껍질을
후렴 번역:
그런 비구는 이쪽과 저쪽의 언덕을 버린다. 뱀이 낡고 오래된 껍질을 벗어버리듯.
여기서 jahāti는 ‘버리다’라는 동사이고, 뱀이 허물을 벗는 모습은 그 변화를 보여 주는 비유다. ‘이쪽과 저쪽의 언덕’이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전통적 주석과 현대 번역 사이에 해석 차이가 있다. 본문을 소개할 때는 우선 언덕의 이미지를 살려 두고, 특정한 교리적 뜻으로 곧바로 환원하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1. 분노 — 이미 일어난 분노를 다스리다
팔리어
Yo uppatitaṃ vineti kodhaṃ,
Visaṭaṃ sappavisaṃva osadhehi;
So bhikkhu jahāti orapāraṃ,
Urago jiṇṇamivattacaṃ purāṇaṃ.
주요 어휘
yo— 누구든 …하는 사람은uppatitaṃ— 일어난, 솟아오른vineti— 다스리다, 가라앉히다, 제거하다kodhaṃ— 분노를visaṭaṃ— 퍼진, 확산된. 일부 판본에는visataṃ이라는 이형이 있다.sappavisaṃ va— 뱀의 독처럼osadhehi— 약초들로, 약으로
번역
몸에 퍼진 뱀의 독을 약으로 다스리듯, 이미 일어난 분노를 가라앉히는 사람은, 뱀이 낡은 허물을 벗듯 이쪽과 저쪽의 언덕을 버린다.
읽을 때 주의할 점
visaṭaṃ은 널리 퍼진 상태를 가리킨다. 원문은 분노를 독 그 자체와 동일시한다기보다, 분노가 일어난 뒤 퍼져 나가는 모습을 뱀독에 비유한다. vineti 역시 단순히 억누른다는 뜻으로만 좁히기보다 다스리거나 제거한다는 폭넓은 의미로 읽는 편이 낫다.
2. 탐착 — 연꽃을 뿌리째 뽑듯
팔리어
Yo rāgamudacchidā asesaṃ,
Bhisapupphaṃva saroruhaṃ vigayha;
So bhikkhu jahāti orapāraṃ,
Urago jiṇṇamivattacaṃ purāṇaṃ.
주요 어휘
rāgaṃ— 탐착, 욕정, 마음을 끌어당기는 애착을udacchidā— 끊어냈다, 잘라냈다asesaṃ— 남김없이, 완전히bhisapupphaṃ va— 연꽃의 줄기·뿌리와 꽃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이해되기도 하며, 세부적인 구문 해석에는 논의가 있다.saroruhaṃ— 호수에서 자라는 것, 연꽃vigayha— 들어가서, 깊이 들어가, 움켜잡거나 뽑아내듯이. 이 문맥의 정확한 연결 방식은 번역자마다 다르게 처리한다.
번역
연못에 들어가 연꽃을 뿌리째 뽑듯, 탐착을 남김없이 끊어낸 사람은, 뱀이 낡은 허물을 벗듯 이쪽과 저쪽의 언덕을 버린다.
읽을 때 주의할 점
rāga는 문맥에 따라 욕정·탐착·매혹·열정적 집착 등으로 옮길 수 있다. 이를 일반적인 인간관계의 애정 전체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이 게송의 핵심은 어떤 대상을 좋아한다는 사실 자체보다 마음을 사로잡고 묶어 두는 탐착을 끊는 데 있다.
또한 bhisapupphaṃva saroruhaṃ vigayha는 문법적 연결이 간단하지 않은 구절이다. 따라서 ‘연꽃을 뿌리째 뽑듯’은 문맥을 살린 번역이지, 각 요소가 일대일로 정확히 대응하는 유일한 직역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3. 갈애 — 빠르게 흐르는 물줄기를 말리다
팔리어
Yo taṇhamudacchidā asesaṃ,
Saritaṃ sīghasaraṃ visosayitvā;
So bhikkhu jahāti orapāraṃ,
Urago jiṇṇamivattacaṃ purāṇaṃ.
주요 어휘
taṇhaṃ— 갈애를, 목마른 듯 계속 원하는 마음을udacchidā— 끊어냈다asesaṃ— 남김없이saritaṃ— 흐르는 물, 물줄기를sīghasaraṃ— 빠르게 흐르는visosayitvā— 말려 버리고 나서, 완전히 마르게 하여
번역
빠르게 흐르는 물줄기를 말려 버리듯, 갈애를 남김없이 끊어낸 사람은, 뱀이 낡은 허물을 벗듯 이쪽과 저쪽의 언덕을 버린다.
읽을 때 주의할 점
taṇhā는 단지 어떤 것을 바라는 마음 전부를 가리키는 말로 축소하기 어렵다. 불교 문맥에서는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움켜쥐려 하는 갈애를 뜻한다. 이를 ‘목마름’으로 설명하는 것은 단어의 비유적 느낌을 살리지만, 갈애의 의미를 문자 그대로의 갈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4. 자만 — 약한 갈대 다리를 무너뜨리는 홍수
팔리어
Yo mānamudabbadhī asesaṃ,
Naḷasetuṃva sudubbalaṃ mahogho;
So bhikkhu jahāti orapāraṃ,
Urago jiṇṇamivattacaṃ purāṇaṃ.
주요 어휘
mānaṃ— 자만, 자신을 남과 비교하며 높이거나 낮추는 마음을udabbadhī— 무너뜨렸다, 파괴했다asesaṃ— 남김없이naḷasetuṃ va— 갈대로 만든 다리처럼sudubbalaṃ— 매우 약한mahogho— 큰 홍수, 거센 물살
번역
큰 홍수가 매우 약한 갈대 다리를 무너뜨리듯, 자만을 남김없이 무너뜨린 사람은, 뱀이 낡은 허물을 벗듯 이쪽과 저쪽의 언덕을 버린다.
읽을 때 주의할 점
māna는 단순히 자부심이 강하다는 뜻으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자신을 다른 사람보다 낫다·못하다·동등하다고 비교하며 ‘나’를 기준으로 세우는 태도까지 포함해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아집’이나 ‘자아에 대한 집착’은 관련된 철학적 해석이지, māna의 모든 의미를 대신하는 단일한 사전 번역은 아니다.
5. 존재의 핵심 — 무화과나무에서 꽃을 찾듯
팔리어
Yo nājjhagamā bhavesu sāraṃ,
Vicinaṃ pupphamivā udumbaresu;
So bhikkhu jahāti orapāraṃ,
Urago jiṇṇamivattacaṃ purāṇaṃ.
주요 어휘
yo— 누구든 …하는 사람은na ajjhagamā— 발견하지 못했다, 도달하지 못했다bhavesu— 존재의 상태들 속에서, 여러 존재 양태 가운데sāraṃ— 핵심, 알맹이, 본질을vicinaṃ— 찾아 헤매며, 살펴보며puppham iva— 꽃을 찾듯udumbaresu— 무화과나무들 속에서
번역
무화과나무들 사이에서 꽃을 찾아 헤매듯 존재의 여러 상태 속에서 핵심을 살펴도 발견하지 못한 사람은, 뱀이 낡은 허물을 벗듯 이쪽과 저쪽의 언덕을 버린다.
읽을 때 주의할 점
이 게송은 ‘본질을 찾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nājjhagamā는 부정형 과거로, ‘발견하지 못했다’ 또는 ‘찾아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이를 ‘영원한 본질을 찾지 않는 자’로 옮기면 원문의 의미가 달라진다.
Sāra는 핵심·실체·알맹이를 뜻하지만, ‘영원한 자아’ 또는 ‘영원한 본질’이라는 표현이 원문에 직접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무화과나무와 꽃의 비유는 헛된 탐색이나 찾기 어려운 것을 찾는 모습을 나타내는 것으로 읽을 수 있으나, 이 구절만으로 특정 형이상학적 명제를 단정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6. 마음속 분노 — 존재의 이런저런 상태를 넘어섬
팔리어
Yassantarato na santi kopā,
Itibhavābhavatañca vītivatto;
So bhikkhu jahāti orapāraṃ,
Urago jiṇṇamivattacaṃ purāṇaṃ.
주요 어휘
yassa— 그에게, 그런 사람에게antarato— 안쪽에서, 마음속에na santi— 존재하지 않는다kopā— 분노들, 성냄itibhavābhavataṃ— 이런저런 존재 상태·생성의 양태. 전통적 번역에서 ‘존재와 비존재’ 또는 ‘이런 상태와 저런 상태’ 등으로 옮겨지는 해석상 난점이 있는 표현vītivatto— 넘어선, 초월한
번역
마음속에 성냄이 남아 있지 않고, 존재의 이런저런 상태를 둘러싼 문제를 넘어선 사람은, 뱀이 낡은 허물을 벗듯 이쪽과 저쪽의 언덕을 버린다.
읽을 때 주의할 점
itibhavābhavataṃ은 이 경에서 해석이 어려운 표현 가운데 하나다. 이를 ‘이렇게나 저렇게 되어야 한다는 집착’이라고 옮기면 이해하기 쉽지만, 그 해석이 팔리어의 직접적·유일한 의미인 것은 아니다. ‘이런저런 존재 상태’ 또는 ‘생성과 비생성’처럼 옮기는 번역도 있으며, 어떤 풀이를 채택했는지 주석에서 밝혀 두는 것이 좋다.
7. 생각과 사유 — 마음속의 얽힌 생각을 걷어내다
팔리어
Yassa vitakkā vidhūpitā,
Ajjhattaṃ suvikappitā asesā;
So bhikkhu jahāti orapāraṃ,
Urago jiṇṇamivattacaṃ purāṇaṃ.
주요 어휘
vitakkā— 생각들, 사유들. 문맥에 따라 숙고나 개념적 사유를 뜻할 수 있다.vidhūpitā— 흩어진, 쫓겨난, 제거된ajjhattaṃ— 안에서, 내면에서suvikappitā— 이 문맥에서 해석이 까다로운 말. 주석 전통에서는 잘라내거나 제거했다는 뜻으로 풀이하기도 한다.asesā— 남김없이
번역
마음속의 사유가 남김없이 흩어지고 잘려 나간 사람은, 뱀이 낡은 허물을 벗듯 이쪽과 저쪽의 언덕을 버린다.
읽을 때 주의할 점
원문에는 ‘불살라져 연기처럼 사라진다’에 해당하는 불이나 연기의 표현이 없다. 따라서 이를 직역처럼 제시하면 안 된다. 또한 suvikappitā의 정확한 의미는 문맥과 주석에 따라 풀이가 갈리는 부분이다. 이 게송을 ‘모든 생각을 단 한 번도 하지 않는 상태’라고 단정하기보다, 수행자를 얽어매는 사유와 생각의 작용이 제거된 상태를 묘사하는 것으로 신중하게 읽는 편이 좋다.
8. 지나침과 뒤처짐 — 개념적 증식을 넘어섬
팔리어
Yo nāccasārī na paccasārī,
Sabbaṃ accagamā imaṃ papañcaṃ;
So bhikkhu jahāti orapāraṃ,
Urago jiṇṇamivattacaṃ purāṇaṃ.
주요 어휘
nāccasārī— 지나치게 앞질러 가지 않은, 한계를 넘어 달리지 않은na paccasārī— 뒤처지지 않은, 뒤로 물러나지 않은sabbaṃ— 모든 것을, 완전히accagamā— 넘어섰다, 초월했다imaṃ papañcaṃ— 이 개념적 증식·사유의 확장·번잡한 얽힘을
번역
지나치게 앞질러 가지도 뒤처지지도 않고, 이 모든 개념적 증식과 사유의 얽힘을 넘어선 사람은, 뱀이 낡은 허물을 벗듯 이쪽과 저쪽의 언덕을 버린다.
읽을 때 주의할 점
nāccasārī na paccasārī는 단순히 ‘조급하지도 무기력하지도 않다’라는 말로 직역할 수 없다. 주석 전통에서는 지나친 노력으로 산만함에 빠지는 것과 너무 느슨해 게으름에 빠지는 것을 연결해 설명하기도 한다. 따라서 ‘지나침과 뒤처짐’을 수행의 균형으로 해석할 여지는 있지만, ‘조급함·무기력’은 설명을 위한 의역임을 밝혀야 한다.
papañca는 일상적 번거로움보다 생각과 개념이 증식하면서 경험을 복잡하게 얽는 작용을 가리키는 말로 번역되는 경우가 많다. ‘세상의 모든 번거로운 일’이라고만 옮기면 의미가 지나치게 넓어질 수 있다.
9. 세상의 실상 — ‘이 모든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알다
팔리어
Yo nāccasārī na paccasārī,
Sabbaṃ vitathamidanti ñatvā loke;
So bhikkhu jahāti orapāraṃ,
Urago jiṇṇamivattacaṃ purāṇaṃ.
주요 어휘
yo nāccasārī na paccasārī— 지나치게 앞서지도 뒤처지지도 않는 사람은sabbaṃ— 모든 것이, 이 모든 것을vitatham idaṃ ti—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이 모든 것은 실상과 같지 않다’고ñatvā— 알고 나서, 알아차리고loke— 세상에서, 세상에 관해
번역
지나치게 앞서지도 뒤처지지도 않으며, 세상에서 ‘이 모든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알고 있는 사람은, 뱀이 낡은 허물을 벗듯 이쪽과 저쪽의 언덕을 버린다.
읽을 때 주의할 점
이 게송은 8번과 같은 첫 행을 반복하지만 둘째 행이 다르다. 9번을 빠뜨리면 이후의 탐욕·탐착·성냄·미혹에 관한 게송이 하나씩 잘못 밀리게 된다.
vitatha는 ‘사실이 아닌, 참된 그대로가 아닌, 실상과 맞지 않는’ 등의 뜻으로 번역될 수 있다. 이를 곧바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는 ‘세상은 무가치하다’라는 허무주의적 명제로 바꾸어서는 안 된다. 이 한 구절만으로 구체적인 철학 체계 전체를 추론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10. 탐욕 — 붙잡으려는 욕심에서 벗어남
팔리어
Yo nāccasārī na paccasārī,
Sabbaṃ vitathamidanti vītalobho;
So bhikkhu jahāti orapāraṃ,
Urago jiṇṇamivattacaṃ purāṇaṃ.
주요 어휘
vītalobho— 탐욕을 여읜, 탐욕에서 벗어난lobha— 탐욕, 움켜쥐고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욕심sabbaṃ vitathamidanti— ‘이 모든 것은 사실과 다르다’라는 표현을 이어받는 구문
번역
지나치게 앞서지도 뒤처지지도 않으며, ‘이 모든 것은 실상과 같지 않다’는 점을 알고 탐욕을 여읜 사람은, 뱀이 낡은 허물을 벗듯 이쪽과 저쪽의 언덕을 버린다.
읽을 때 주의할 점
9번에는 ñatvā(‘알고 나서’)가 명시되어 있지만 10~13번에는 그 단어가 그대로 반복되지는 않는다. 번역에서는 문장 구조의 연속성을 살려 ‘알고’를 보충할 수 있으나, 원문에 그 단어가 직접 적혀 있는 것처럼 어휘 분석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이 구절의 번역은 반복 구조를 반영한 해석적 번역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11. 탐착 — 마음을 사로잡는 열정에서 벗어남
팔리어
Yo nāccasārī na paccasārī,
Sabbaṃ vitathamidanti vītarāgo;
So bhikkhu jahāti orapāraṃ,
Urago jiṇṇamivattacaṃ purāṇaṃ.
주요 어휘
vītarāgo— 탐착·욕정에서 벗어난rāga— 탐착, 욕정, 매혹이나 집착의 정서
번역
지나치게 앞서지도 뒤처지지도 않으며, ‘이 모든 것은 실상과 같지 않다’는 점과 함께 탐착을 여읜 사람은, 뱀이 낡은 허물을 벗듯 이쪽과 저쪽의 언덕을 버린다.
읽을 때 주의할 점
10번의 lobha와 11번의 rāga는 의미가 겹치지만 완전히 같은 단어는 아니다. 이 글에서는 이해를 위해 lobha를 ‘탐욕’, rāga를 ‘탐착·욕정’으로 구별해 옮겼다. 이는 구분을 위한 번역 선택이며 두 개념의 의미가 언제나 엄격하게 분리된다는 뜻은 아니다.
12. 성냄과 혐오 — 적대적인 반응에서 벗어남
팔리어
Yo nāccasārī na paccasārī,
Sabbaṃ vitathamidanti vītadoso;
So bhikkhu jahāti orapāraṃ,
Urago jiṇṇamivattacaṃ purāṇaṃ.
주요 어휘
vītadoso— 성냄·혐오를 여읜dosa— 성냄, 혐오, 밀어내려는 적대적 마음
번역
지나치게 앞서지도 뒤처지지도 않으며, ‘이 모든 것은 실상과 같지 않다’는 점과 함께 성냄과 혐오를 여읜 사람은, 뱀이 낡은 허물을 벗듯 이쪽과 저쪽의 언덕을 버린다.
읽을 때 주의할 점
dosa는 단순히 순간적으로 화를 내는 것만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혐오와 적대감까지 가리킬 수 있다. 앞의 1번 게송이 이미 일어난 분노를 다스리는 모습을 말한다면, 이 게송은 성냄과 혐오에서 벗어난 상태를 반복 구조 속에서 제시한다.
13. 미혹 — 어리석음을 여읨
팔리어
Yo nāccasārī na paccasārī,
Sabbaṃ vitathamidanti vītamoho;
So bhikkhu jahāti orapāraṃ,
Urago jiṇṇamivattacaṃ purāṇaṃ.
주요 어휘
vītamoho— 미혹·어리석음을 여읜moha— 미혹, 어리석음, 사물을 바르게 보지 못하는 상태
번역
지나치게 앞서지도 뒤처지지도 않으며, ‘이 모든 것은 실상과 같지 않다’는 점과 함께 미혹을 여읜 사람은, 뱀이 낡은 허물을 벗듯 이쪽과 저쪽의 언덕을 버린다.
읽을 때 주의할 점
moha를 단순히 지식이 부족하다는 뜻으로만 옮기면 좁아진다. 여기서는 사물과 경험을 바르게 보지 못하게 하는 미혹이라는 뜻이 적절하다. 10~13번은 같은 문장 구조 안에서 탐욕·탐착·성냄·미혹을 차례로 제시한다.
14. 잠재된 성향 — 번뇌의 뿌리가 뽑힘
팔리어
Yassānusayā na santi keci,
Mūlā ca akusalā samūhatāse;
So bhikkhu jahāti orapāraṃ,
Urago jiṇṇamivattacaṃ purāṇaṃ.
주요 어휘
yassa— 그에게, 그런 사람에게anusayā— 잠재된 성향, 잠복해 있는 번뇌의 경향na santi keci— 어떤 것도 남아 있지 않다mūlā— 뿌리들akusalā— 불선한, 해로운samūhatāse— 송두리째 뽑힌, 완전히 뿌리 뽑힌
번역
어떤 잠재된 성향도 남아 있지 않고 불선한 뿌리들까지 송두리째 뽑힌 사람은, 뱀이 낡은 허물을 벗듯 이쪽과 저쪽의 언덕을 버린다.
읽을 때 주의할 점
anusayā는 단순한 일상적 습관이나 ‘오래된 버릇’만을 뜻하지 않는다. 불교 문헌에서 잠재해 있다가 조건을 만나 드러나는 번뇌의 성향을 가리키는 전문적 의미가 있다. 쉬운 설명으로 ‘마음 깊이 남아 있는 버릇’이라고 풀 수는 있지만, 본문 어휘 풀이에서는 ‘잠재된 성향’ 또는 ‘잠복한 번뇌 경향’을 함께 제시하는 편이 정확하다.
15. 번민에서 비롯된 조건 — 이쪽으로 되돌아올 원인이 없음
팔리어
Yassa darathajā na santi keci,
Oraṃ āgamanāya paccayāse;
So bhikkhu jahāti orapāraṃ,
Urago jiṇṇamivattacaṃ purāṇaṃ.
주요 어휘
darathajā— 번민·괴로움·초조함에서 생겨난 것들na santi keci—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oraṃ āgamanāya— 이쪽으로 오는 것, 이쪽으로 돌아오는 것을 위해paccayāse— 조건들, 원인들
번역
이쪽으로 다시 돌아오게 할 번민에서 비롯된 조건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은 사람은, 뱀이 낡은 허물을 벗듯 이쪽과 저쪽의 언덕을 버린다.
읽을 때 주의할 점
원문은 단순히 ‘불안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고만 말하지 않는다. 둘째 행은 그 번민에서 비롯된 것이 ‘이쪽으로 돌아오는 조건’이 된다는 관계를 제시한다. 따라서 ‘이 세상의 무거운 짐으로 돌아올 씨앗’ 같은 표현은 비유적 해설일 수는 있어도, 원문을 직접 옮긴 말로 제시하지 않는 편이 낫다.
16. 욕망에서 비롯된 속박 — 존재에 묶는 원인이 사라짐
팔리어
Yassa vanathajā na santi keci,
Vinibandhāya bhavāya hetukappā;
So bhikkhu jahāti orapāraṃ,
Urago jiṇṇamivattacaṃ purāṇaṃ.
주요 어휘
vanathajā— 욕망·탐착에서 생겨난 것들.vanatha에는 욕망이나 얽매임을 나타내는 뉘앙스가 있다.na santi keci— 어떤 것도 남아 있지 않다vinibandhāya— 속박하기 위해, 단단히 묶는bhavāya— 존재·생성에hetukappā— 원인이나 조건이 되는 것들
번역
존재에 속박하는 원인이 되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들이 남아 있지 않은 사람은, 뱀이 낡은 허물을 벗듯 이쪽과 저쪽의 언덕을 버린다.
읽을 때 주의할 점
vanatha를 ‘욕망의 덤불’이라고 비유적으로 옮기는 것은 가능하다. 다만 vanathajā 자체를 단순히 ‘덤불’이라고 번역하면 문맥 속 의미인 욕망이나 얽매임에서 비롯된다는 점이 흐려질 수 있다. 이 게송은 욕망에서 생겨 존재를 계속 붙드는 조건에 초점을 둔다.
17. 다섯 가지 장애 — 의심과 마음의 화살을 넘어섬
팔리어
Yo nīvaraṇe pahāya pañca,
Anigho tiṇṇakathaṅkatho visallo;
So bhikkhu jahāti orapāraṃ,
Urago jiṇṇamivattacaṃ purāṇaṃ.
주요 어휘
nīvaraṇe— 장애들을, 마음을 가로막는 것들을pahāya— 버리고 나서, 내려놓고pañca— 다섯 가지를anigho— 괴롭힘이나 번민이 없는, 평온한tiṇṇakathaṅkatho— 의심이나 망설임을 건넌visallo— 화살이 박혀 있지 않은, 마음의 가시가 제거된
번역
다섯 가지 장애를 버리고 번민에서 벗어나 의심을 건너 마음의 화살을 뽑아낸 사람은, 뱀이 낡은 허물을 벗듯 이쪽과 저쪽의 언덕을 버린다.
읽을 때 주의할 점
이 게송은 다섯 가지 장애의 이름을 하나하나 열거하지 않고 ‘다섯 가지 장애’라고만 말한다. 불교의 일반적인 분류에서는 감각적 욕망, 악의, 혼침과 졸음, 들뜸과 후회, 의심을 다섯 장애로 설명한다. 이 분류를 독자에게 덧붙여 설명할 수 있지만, 그 목록이 이 게송 안에 그대로 적혀 있는 것처럼 인용해서는 안 된다.
tiṇṇakathaṅkatho는 의심과 망설임을 건넜다는 뜻이며, visallo는 문자적으로 화살이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 이를 ‘마음의 가시를 뽑았다’라고 옮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비유적 번역이다.
전체를 읽으며 기억할 세 가지
1. 이 경의 중심은 ‘허물을 벗는 변화’다
각 게송은 마음을 묶는 조건을 하나씩 제시한다. 분노, 탐착, 갈애, 자만, 존재의 본질을 찾으려는 탐색, 내면의 분노와 사유, 개념의 증식, 탐욕과 성냄, 잠재된 성향과 속박 등이다. 그리고 매번 뱀이 낡은 껍질을 벗는다는 같은 후렴으로 돌아온다. 이 반복은 각각의 덕목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행을 통해 오래 붙들고 있던 것을 벗어나는 변화를 강조한다.
2. 직역·의역·주석을 구별하자
‘몸 안에서 퍼지는 독’, ‘갈대 다리’, ‘무화과나무의 꽃’, ‘마음의 화살’은 원문의 비유를 살린 번역이다. 반면 ‘조급함과 무기력’,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집착’, ‘마음의 열병’, ‘영원한 본질’ 등의 표현은 이해를 도울 수 있어도 원문에 직접 적힌 단어와 동일하지 않다. 블로그 글에서는 이러한 표현을 사용할 때 의역 또는 해석임을 밝혀 두는 것이 좋다.
3. 이 17개 게송을 모두 역사적 고타마의 축어록으로 단정하지 말자
「뱀의 경」은 공통 후렴을 반복하는 여러 시적 게송으로 이루어져 있다. 타닛사로 비구는 여러 초기 불교 학파의 전승을 비교한 연구를 인용하며, 이와 비슷한 게송들이 원래 서로 다른 때에 읊어진 시였을 가능성을 언급한다. 그러므로 이를 흥미로운 가능성으로 소개할 수는 있지만, 각각의 게송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만들어졌는지 확정되었다고 해서는 안 된다. 이 문헌은 초기 불교의 사유를 살펴보는 중요한 자료이지만, 역사적 인물의 말을 녹음한 기록과 똑같이 취급할 수는 없다.
참고 자료
- SuttaCentral — Snp 1.1 Uragasutta, 팔리어 본문
본문 17개 게송의 순서와 표기를 확인하는 기본 자료. - Ancient Buddhist Texts — Uraga Verses: The Establishment of the Pāḷi Text
팔리어 본문과 판본 차이, 운율 및 특정 어휘에 관한 상세 주석. - Access to Insight — Thanissaro Bhikkhu, “Uraga Sutta: The Snake”
영문 번역과 게송들이 별도의 시였을 가능성에 관한 번역자 주석. - A Buddha Ujja — Uraga Sutta, Amaravati 번역
다른 현대 번역과 표현을 비교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자료.
편집 원칙: 이 글의 한국어 번역은 위 자료들을 대조해 새로 정리한 해설 번역이다. 특정 한국어 번역본의 문장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며, 해석이 갈리는 구절은 단정하지 않고 그 불확실성을 본문에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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